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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제2중동붐, 계약서 볼 줄 모르면 또 낭패"

박만원 기자
입력 : 
2022-12-12 17:40:27
수정 : 
2022-12-12 20: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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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로펌 첫 해외건설팀
법무법인 율촌 박기정 英변호사
건설사서 해외분쟁 다루다 유학
英 로펌서 건설법률 실무 익혀
해외건설플랜트 대통령표창도
"중동 특유 깎기 관행 대비해야"
사진설명
"중동 수주가 전부 이익을 남겨주는 건 아니에요. 10여 년 전 국내 건설사들에 닥쳤던 중동발 어닝쇼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계약서 분석을 비롯한 법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제2 중동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로펌 첫 해외건설팀소속 박기정 영국 변호사(법무법인 율촌·사진)는 우리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에 앞서 법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격만 따져 수주 경쟁을 벌이다 중동발 어닝쇼크를 경험했어요. 사실 계약서만 꼼꼼히 따져봐도 리스크를 분산할 방법이 드러나 있는데, 제대로 분석할 역량이 안됐던 거죠."

그는 1990년대 대학을 졸업한 뒤 건설사 법무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해외 공사 발주처와의 분쟁을 처리하다가 영국 유학을 선택했다. 해외건설 전문 변호사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나라도 해보자"며 도전에 나선 것이다. 해외건설 관련 법률 서비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영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혹독한 TC(Training Constract) 과정을 거치며 영국 로펌에서 배운 해외건설 실무 경험 덕분에 그는 한국에 돌아와 해외건설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1일에는 '해외건설·플랜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주로 건설사의 해외 공사 관련 공로자들이 받아온 상인데 변호사로는 그가 처음 수상했다. SCL(Society of Construction Law)코리아를 창립해 해외건설 관련 국내 법무 역량 선진화에 기여한 공로다.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분쟁 대응 능력은 개선됐을까. 그는 "대기업들은 자체 법무팀도 갖추고 있지만 중견기업들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면서 "한국 기업들은 문제가 발생해야 비로소 대응에 나서지만, 영국은 미리 법률 분쟁에 대비하고 비용도 투자한다"고 전했다.

해외건설이 국내와 가장 다른 점은 모든 과정이 전적으로 계약서에 따른다는 것이다. 공사 관련 클레임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으면 눈 뜨고 코 베이기 일쑤다. "보통 계약서에는 공사 중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정 기간 내 발주처에 서면으로 보내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진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걸 간과했다가 한국 기업들이 큰 손해를 봤어요." 그러면서 그는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를 하거나 분쟁에 대응할 때 국내 로펌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제2 중동붐'에 대해선 철저한 법률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최근 수년간 대형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 시장에 집중했는데 이제 해외건설에 주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봐요. 하지만 중동은 특유의 계약 형식을 고집하고 오랜 발주 경험이 축적돼 공사 단가를 잘 깎기 때문에 쉬운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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